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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사면 돈 못 모은다는 말. 서울 살거나, 또는 중고 독삼사 차 살거 아니라면 틀린 말이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경차나 소형차를 산다면 더더욱.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보험료만 몇백 나온다고 겁 주는데, 그건 준중형 이상 급의 중고차를 살 때나 할 말이다. 만 21세만 넘어도 첫 보험 기준 중고 경차는 100만원 중후반대, 경차 신차는 100만원 초중반 정도 나온다. 만약 운전병을 했다면 90만원대까지 떨어뜨리는 것도 가능하다. 나는 캐스퍼 전기차를 신차로 구매해서 첫 해 보험료가 94만원이 나왔다.

자동차세? 경차 사면 11만원, 전기차는 13만원, 아반떼 29만원. 특히 20대 때 차를 산다면 패밀리카보다는 대부분 혼자 타고 다닐텐데, 굳이 중형차 이상 갈 필요가 없다. 대학생 때, 집이 적당히 먼 거리에 있다면 자취보다는 차를 사는게 낫다. 원룸 보증금 500정도면 중고 모닝이나 마티즈를 살 수 있고, 차량 유류비나 정비비는 월세 4-50만원에 비하면 비슷하거나 적게 나온다.

타지에서 대학 생활을 하면서 자취를 한다면, 보통 학교에서 가까운 원룸은 월세만 4-60만원 정도이지만, 걸어서 40분 이상 걸리는 애매한 거리의 주차장 딸린 원룸은 지방에서는 20만원이면 들어갈 수 있다. 이거만 해도 연 200만원 이상 아낀다. 1년치 보험료 절반도 안 된다.

버스 한번 탈 때마다 1500원이다. 집-학교-집-알바-집 패턴으로 이동한다면 하루 버스비만 6000원을 쓰는 것이다. 그런데 경차 유류세 환급을 받으면 휘발유 1L에 1300원 정도 한다. 1L로는 경차로 15km를 갈 수 있다. 또 전기차는 260원 정도면 1kWh로 6km를 갈 수 있다. 대충 1km당 100원이 채 안된다. 버스를 20km이상 긴 거리를 갈 거 아니면, 차가 압도적으로 저렴하다는 말이다. 3~6km정도를 오간다면 그건 버스비의 절반 가격도 안 든다.

만약 20km이상의 거리를 이동한다면, 버스비보다 돈이 조금은 더 들겠지만 소요시간을 40분 이상 줄여 줄 것이다. 그때는 시간을 돈으로 사는 것이다. 지리적인 제약 조건이 줄어드는 만큼 알바를 구할 수 있는 범위도 넓어진다. 이동 시간이 적으니 그만큼 집에서 더 휴식을 취하거나 알바를 더 할 수도 있다.

가장 좋은 것은, 소비 패턴을 바꾸게 된다는 것이다. 월 nn만원을 저축해야지! 하는 마음가짐으로 지내다가 생각보다 월 지출이 커진다면 n만원 정도 저축량을 줄이고 더 쓰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할부금이 nn만원이라면 이건 내지 않으면 내가 신용불량자가 된다. 이러한 부담감은 돈을 더 계획적으로 쓰게 만들고 소비를 계획적으로 하게 된다. 그리고 할부가 끝난다면 차는 온전한 내 자산으로 남게 된다.

차 안 사고 월세로 50만원을 넘게 쓰면서 배달음식 거의 매일 시켜 먹는 것 보다, 월세 20만원 짜리 외곽의 원룸에 들어가서 배달음식을 아끼고 집에서 해 먹거나 방문 포장 등으로 식비를 줄이면서 할부금을 갚는 습관이 장기적으로 돈을 아끼는 습관을 만드는 데에도 좋다.

할부금에 쪼들리며 소비를 줄이는 습관이 몸에 베이면, 할부가 끝난 뒤에는 할부금을 냈던 만큼 그대로 적금을 들면 된다. 몇년이 지난다면 차 사면 돈을 못 모은다고 말하며 술자리와 배달음식에 돈을 쓴 또래 친구들보다 훨씬 많은 재산을 모았을 것이다. 차 또한 재산이라는 건 덤이다.

돈 문제를 떠나서도, 20대 중반에 차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엄청난 메리트다. 그 시기 남들 대부분은 차가 없는 만큼, 남들과 다른 더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다. 버스가 다니지 않는 오지에 여행을 가거나 맛집을 찾으러 갈 수도 있고, 원한다면 언제든 어디로도 떠날 수 있다. 특히 젊은 시절의 경험은 돈으로도 살 수 없다.

어차피 나중에 취업을 한다면 30대 쯤에는 주변 또래들도 대부분 차를 사게 될 것이다. 근데 그때 차를 산다면 할부는 그때부터 시작이다. 남들이 그때 할부를 시작할때 이미 차가 있으니, 그냥 남들이 뒤늦게 할부금을 내기 시작하고, 늦은 나이에 첫 보험금을 비싸게 낼 때 이미 많이 쌓인 운전 경력으로 저렴한 보험료를 내며 할부금 부담 없이 저축을 할 수 있다. 

경차나 소형차도 아이들이 크기 전까지는 충분히 탈 수 있다. 20대 중반에 차를 산다면 30대 초반에 결혼하고, 30대 후반 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그때 큰 차로 바꾸면 된다. 캐스퍼나 모닝으로도 유치원생 아이들과 와이프까지 충분히 타고 다닌다. 앞서 말한 소비 습관을 유지한다면 30대 후반에는 패밀리 SUV를 사고도 남을 돈을 저축했을 것이다.

모은 돈이 많고 월 수입이 적다면, 경차 신차를 사서 신차 보증기간 동안 유지비를 줄이고, 모은 돈이 적지만 월 수입이 안정적이라면 500만원 정도 예산으로 중고 경차를 타서 월 20만원 정도를 정비비로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 20대 때 차를 사서 계획적으로 돈을 모으려면, 500만원 내외의 중고 경차 또는, 2000만원 내외의 경차나 소형 전기차를 신차로 사면 된다. 시간도 돈으로 살 수 있고, 택시비나 버스비 같은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면서, 어딜 가도 나만의 편안한 공간이 생긴다. 단, 500주고 중고 그랜저나 외제차는 절대 사지 마라. 그걸 산다면 왜 젊을때 차를 사면 돈을 못 모은다는지 경험하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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