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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학기 때만 해도, 2학기를 휴학하고 11월에 군대를 가려 했지만 올해 3월로 군대를 한 학기 미루게 되었다.
11월은 군 입대에 있어 비수기라 입영일자 본인선택도 날짜가 비어 있는 경우가 많고, 운전병을 지원해도 경쟁률이 낮고 합격 점수 커트라인도 낮은 편이라 크게 준비를 안 해도 입영이 가능하지만, 3월은 군 입대 인기가 가장 많은 시기다.
운전병에 불합격할 것에 대비해 입영일자 본인선택원이 열리는 시간에 3월 중으로 날짜를 잡으려 했으나, 날짜가 빠지는 속도는 티켓팅 속도와 맞먹었다. 원하는 날짜는 클릭하는 족족 해당 날짜의 입영인원이 다 찼다는 안내문구만 계속해서 나왔고, 몇차례 날짜 선택을 실패하자 결국 2023년 하반기밖에 날짜가 남지 않았다.
운전병 합격
어차피 운전에 흥미가 있어서 운전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은 했는데, 입영일자 본인선택원을 놓치게 되어 결국 내가 원하는 시기에 맞추어 가려면 반드시 운전병에 합격해야만 했다. 운전병 모집은 보통 입영월 3개월 전에 한다. 나는 2023년 3월 입영을 희망하고 있으니 2022년 12월에 지원을 해야 했다.
3월 입영의 커트라인을 확인했다. 51사단(화성)과 55사단(용인)이 경쟁률도 커트라인도 가장 높았는데, 보통 인기가 많은 2~5월 입영은 108~110점 정도로 커트라인이 형성되어 있었다.
내가 받을 수 있는 점수를 확인해봤다. 먼저 자격증 점수는 2종 85점, 1종 보통이 87점, 1종 대형이 90점이었다. 그리고 고교 출석일수 점수는 10점, 그 외 가산점이 최대 20점이었다.
우선 당시만 해도 나는 2종 보통 면허를 가지고 있었다. 당시 기준을 내 점수는 2종 보통면허 85점, 고교 출석일수 10점에 더해 가선점은 다자녀 2명 2점, 그리고 모집 마감일 기준 최근 1년 이내(2021.12~2022.12) 자원봉사가 24시간 정도로 3점이었다. 100점으로는 3월에는 논산이나 전방 부대조차도 택도 없었다.
내가 받을 수 있는 최대 점수를 계산해 봤다. 일단 1종 보통을 취득하면 87점, 고교 출결은 10점 만점, 다자녀 2점, 봉사와 헌혈을 합해 최대 8점. 그렇게 하면 107점이 나왔다. 일단 107점이면 51사단과 55사단은 힘들어도 논산 육군훈련소는 충분히 합격할 수 있는 점수였다.
운전병을 준비하기 위해 먼저 9월 초 면허학원에 등록해 합격하여 1종 보통으로 면허를 갱신했다.
교육봉사도 다니고, 헌혈도 참여하고, 교육봉사 외에도 연탄봉사와 적십자 봉사 등 다양한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그렇게 2번의 헌혈과 48시간의 봉사시간을 채워 봉사와 헌혈을 만점인 8점까지 채웠다.
자원봉사와 헌혈 가산점을 다 채워갈 때 즈음, 이왕이면 후방 부대에 가고싶어 가산점을 더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욕심이 생겼다. 군운전능력적성검사 합격자 4점 가산점이 별도로 다른 자격증 같은 시험인줄 알고 무심코 지나쳤는데, 검색해보니 상당히 쉽게 가산점 4점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었다. 바로 응시가 가능한 날짜를 찾아 예약하고, 너무나 쉽게 합격했다.
군운전능력적성검사는 정말 간단한 버튼만 누르면 되는, 항목당 10분도 걸리지 않는 시험이었다. 그러나 시험을 한 항목을 치기 전마다 통과하는 방법을 영상으로 한번, 감독관이 말로 한번, 그리고 시험 시작 전 기기에서 한번 더 설명하느랴 측정 항목당 1시간을 설명하느랴 반나절이 넘게 걸렸다. 사실 시험을 치는 것보다 똑같은 설명을 3번이나 듣는게 너무 지루해서 힘들었다. 영상의 내용은 단순 시험을 치는 법이 아니라 올바르지 않은 예시까지 정말 다양하게 설명해서 영상의 길이가 정말 길었다. 미리 이 시험에 대해 찾아보면서 시험 방법 영상을 이미 시청하고 온 상태라 더 지루했다.
굳이 일반적인 자격증 시험 같은거에 비유한다면, 푸는데 15분도 걸리지 않는 시험을 시험장에 도착해서 OMR 마킹하는 법을 올바르지 않은 마킹의 예시를 아주 다양하게 들어가며 설명하는 30분짜리 영상을 보여주고, 그 영상의 내용을 시험 감독관이 말로 한번 더 그대로 설명하고, 시험지를 나누어 주면서 듣기 평가를 시작하기 전 앞서 설명한 영상의 내용이 스피커로 또 30분동안 재생되고, 그리고 나서 시험 시간이 20분동안 제공되는 그런 느낌이었다. 괜히 합격률이 99%가 아닌가 싶었다.
그렇게 4점의 가산점까지 따내고, 봉사시간도 다 채우기를 앞두고 있었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운전병 모집기간을 입영 2개월 전이라 착각해 1월까지 봉사시간을 다 채울 생각이었는데, 3개월 전이었다. 만점까지는 1점이 모자란 상태였다. 물론 110점으로도 충분히 통과가 가능하기는 하지만 커트라인이 110점인 경우도 있었기에 조금 불안했다. 그랟도 평일에 학교 수업을 마친 뒤 시간을 활용해 봉사를 갔고 마감 일주일 전에 48시간을 채웠다. 그리고 51사단에 지원했다.
그렇게 110점으로 합격을 하고 보니, 이번 모집에는 55사단에 지원자가 몰려 51사단은 커트라인이 108점, 55사단은 110점이었다. 나는 2등으로 합격했다.
일상 마무리
생년월일 순 입영이라고 해서 당연히 3월 초에 군대에 갈 거라고 예상했다. 보통 21살에 군대를 많이 가는데, 나는 조금 늦은 23살에 군대를 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3월에는 아무런 계획을 잡지 않았다.
일단은 휴학하기 전 마지막으로 겨울 계절학기를 들었다. 계절학기를 듣다보니 1월 중순까지 정말 시간은 정신없이 지나갔다.
코로나19도 드디어 완전히 끝나고,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도 사라지고 해외여행 입국 제한이나 자가격리까지 모두 사라졌다. 드디어 국경이 모두 열렸다. 지난 2학기때 받은 장학금으로 최대한 멀리 해외 여행을 가보고 싶었다.
그러나 1월 중순까지는 계절학기, 1월 말은 설 연휴, 2월 중순에는 가족여행이 계획되어 있어, 2월까지는 2주 이상 연속해서 시간이 나는 날이 없었다. 결국 유럽 여행은 포기하고 친구들과 4박 5일의 짧은 일본 여행을 계획했다.
자취방 계약은 계절학기가 종강한 1월 둘째주 주말에 끝났다. 1월 첫째주 주말에 본가에 가면서 짐을 미리 조금 들고 갔는데, 이때부터 슬슬 체감이 되기는 했다. 둘째주에는 부모님도 대구에 내려와 자취방을 비웠다. 방을 비우기 전날 마지막으로 여자친구를 만났다.
1월 셋째주에 1년 넘게 다니던 축구 학원의 마지막 수업을 들었다. 2달에 한번씩 등록하기에 3월 초 입영을 생각하면 사실상 1월이 마지막이었다. 같이 축구 레슨을 듣던 분들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가장 처음으로 한 작별 인사였다. 이때만 해도 실감이 잘 안 났다. 오히려 속이 후련한 기분이었다. 상무로 2년 임대 후 24년 10월에 복귀하겠다는 농담을 했다.
설 연휴에는 오랜만에 친척들을 만나 인사를 나눴다.
1월 말부터는 학보사도 정리할 준비를 했다. 2월 말에는 이번 1학기부터 새로 학보사를 담당할 국장님과 기자분들과 회식 자리를 가지고 모두 인사를 했다.
입영일 발표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3월 27일로 입대 날짜가 나왔다. 3월 말이나 될 줄은 예상 못했다. 덕분에 전역도 24년 추석이 지난 뒤에 가능했다. 대신 1-2월 중에 없었던 2주 이상 연속해서 시간이 비는 날이 생겼다. 유럽 여행을 군대 가기 전에 갈 수 있게 되었다.
군대 가기 전 갑자기 주어진 20여일 남짓한 시간을 최대한 의미있게 쓰고 싶었다. 그래서 바로 급하게 유럽 여행을 계획했다. 모아둔 장학금을 모두 털었다. 쿠팡도 가능한 시간이 나는 날마다 가면서 돈을 바짝 벌었다.
물론 이미 일본 여행으로 장학금의 절반 정도를 써 버린 탓에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부모님에게도 절반 정도 지원을 받았다.
마지막 6일
귀국 후에는 군 입대 전까지 딱 6일밖에 남지 않았다. 집에 도착하고 잠깐 쉬고 바로 대구로 내려갔다. 여자친구를 만난 뒤 대구에서 하루 숙박을 하고 다음날 대구에 있는 친구와 점심을 먹고 학교에 군휴학 원서를 제출하러 갔다.
방학 때 학교에 온 적은 많았지만, 휴학 한 뒤 학기 중에 학교에 오는건 처음이었다. 기분이 묘했다. 지도교수님께 확인 서명을 받고 입영통지서 사본을 학교 행정실에 직접 제출했다. 기분이 묘했다.
학교에 온 김에 동아리방에 잠깐 들러서 동아리방에 있던 동아리원들에게도 인사를 짧게 건네고, 새 학보사 국장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마지막으로 본가에 올라가기 전 기차역 근처에서 여자친구와도 한번 더 만나고 기차를 타고 밤늦게 집에 도착했다.
입대 나흘 전에는 입영판정점사를 받고, 사흘 전에는 친구를 만난 뒤 입영을 위한 PCR검사를 받고 중학교 때 친구와 영화를 받다.
이틀 전 친구와 강남에 놀러 갔다가 저녁에는 고모네 댁에 방문해 인사를 드리고, 밤에도 잠깐 시간을 내어 친구를 만났다.
하루 전, 오늘은 여자친구가 아침부터 수도권으로 올라와서 하루종일 데이트를 했다. 저녁을 먹고 머리를 밀었는데 머리를 밀고 나니까 기분이 더 착잡해졌다.
1년 6개월. 지금은 너무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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