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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웨이스트. 일상 속에서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하는 행동을 말한다.

나는 2021년 여름 즈음 부터 제로 웨이스트를 시작했다. 사실 그 전에도 에코백을 사용하고 재활용은 철저하게 하긴 했는데, 그럼에도 일회용 컵은 자주 사용하고, 편의점에서는 비닐 봉투를 사용하고, 일회용 수저를 받으며 배달 음식을 종종 시켜 먹기도 했다.

어느 한 순간 갑자기 제로 웨이스트 생활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건 아니다. 그냥 내 편의를 위해 텀블러를 쓰고, 습관 대로 분리수거를 하고 있었는데, 그게 벌써 제로 웨이스트를 일부 실천하고 있던 거더라. 그리고 본격적으로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기로 마음 먹은 이후로는 잘 실천하고 있다.


2021년 맥북을 구입 한 이후로 스타벅스에 자주 갔다. 처음에는 항상 일회용 컵으로 주문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로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이 다시 허용 된 이후는 혹시나 음료를 다 마시지 못한 채로 나가야 할 일이 생길 까봐 항상 매장 내에서도 일회용 컵을 달라고 했다.

텀블러를 처음 사용하게 된 계기는 그저 스타벅스에서 별을 더 받고 싶어서였다. 개인 컵을 사용하면 에코 별을 추가로 적립 해 주어 음료 한 잔만 마셔도 별 두 개를 적립 받을 수 있다. 그러면 여섯 잔만 주문해도 무료 음료 쿠폰이 나온다. 보통 타 커피 프랜차이즈나 개인 카페에서도 무료 음료 기준이 10잔이고 대부분 아메리카노만 무료이고 다른 음료는 추가금을 결제해야 하지만, 스타벅스는 6천원이 넘는 바리에이션 커피도 무료 음료 쿠폰으로 마실 수 있으니 이득이라고, 그런 단순한 생각이었다.

그렇다고 텀블러를 새로 사기는 돈이 아까웠다. 그 때만 해도 환경을 위해 텀블러를 더 구매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진짜 그냥 돈이 아깝다는 생각으로 텀블러를 안 샀다. 집에 예전에 당근마켓에서 중고 거래를 하던 사람이 물품과 함께 준 파란색 플라스틱 텀블러가 있어서 그걸 사용했다.

단점이 있었다. 일단 플라스틱 텀블러라 따뜻한 음료를 담을 수가 없었다. 특히 스타벅스에서 숏 사이즈 음료를 자주 주문했는데, 아이스 음료는 숏 사이즈를 주문할 수가 없어 톨 사이즈로만 마셔야 했다. 게다가 뚜껑이 쉽게 열리는 구조라 음료를 담은 채로 가방에 넣었다가는 가방 안에서 뚜껑이 열릴 위험이 있었다. 그래도 여름이라 굳이 따뜻한 음료를 마실 이유가 없어서 두 달은 이 텀블러만 쓴 것 같다.

9월에 새 텀블러를 샀다. 이 때는 제로 웨이스트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이후라, 최소 2년은 쓰겠다는 다짐으로 샀다.

보통 텀블러를 플라스틱 텀블러는 한 달 이상, 스테인리스 텀블러는 두 달 이상은 사용해야 일회용 컵을 쓰는 것 보다 환경에 더 도움이 된다는데, 이 정도면 충분히 쓴 것 같다.

이 때 부터 굳이 카페에 가지 않더라도 가방에 텀블러를 항상 가지고 다니는 습관이 생겼다. 근데 어차피 나는 카페인 중독자라 길거리에 천원짜리 아메리카노를 파는 카페가 보이면 종종 사 먹는 터라, 그럴 때마다 텀블러가 있으면 정말 유용하더라.

11월에 텀블러를 하나 더 구매했다. 텀블러 구매가 환경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건 알지만, 제대로 텀블러를 쓰려면 두 개는 있어야 겠더라. 옷도 두 벌은 있어야 하는 것 처럼.

일단 가끔씩 매일 밤 텀블러를 세척하는 일을 잊었을 때, 아침에 집을 나서면서 텀블러를 챙기려고 보면 전날 먹고 찌꺼기가 그대로 남은 경우가 가끔 있는데, 집을 나서기 전 간단하게 세척을 하고 나가기는 하지만 내부가 다 마르기 전에 챙겨 약간의 찝찝함이 있을 때가 있었다.

또는 전날 밤에 커피를 테이크 아웃 해서 텀블러에 담아두고 아침에 커피를 마실 때도 종종 있어서, 그럴 때마다 사용하던 텀블러를 계속 쓰기는 무리가 있더라. 텀블러를 두 개 구매하고 나서는 이런 상황이 해결되었다. 그럴 때마다 미리 씻어 둔 다른 텀블러를 이용하면 됐다.

뭐 아무튼, 텀블러를 두 개나 샀으니 이제 더 이상 텀블러를 구매하지 않을 것이다. 기존 텀블러가 망가지지만 않는다면.


처음에는 그저 스타벅스에서 별을 더 받으려는 단순한 생각으로 텀블러를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쓰다 보니 너무 편하다. 일단 앞에서 말한 것처럼 카페에 있다가 갑자기 일이 생기는 경우 매장용 컵이면 다시 일회용 컵으로 음료를 옮겨 담아야 하고, 일회용 컵을 들고 뛰다가는 음료가 다 새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텀블러를 사용하면 카페에서 텀블러에 음료를 담아 음료를 마시다가 갑자기 일이 생겨 나갈 때도 그냥 텀블러의 뚜껑을 닫고 가져가면 되고, 또 뚜껑이 꽉 닫혀 있어 음료가 새어 나올 걱정도 없었다.

버스를 탈 때도 요즘은 음료를 가지고 있으면 승차를 거부하는 곳이 많더라. 근데 텀블러는 뚜껑을 닫고 타면 버스에 문제 없이 승차할 수 있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기 전에 앞에 1000원 짜리 아메리카노를 파는 테이크아웃 전문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테이크 아웃 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이거 진짜 편하다. 그거 그냥 졸릴 때마다 한 모금씩 마시다 보면 오후 쯤에 다 마시더라.

개인 카페에서도 개인 텀블러를 사용하면 할인을 해 주는 곳이 많다. 적게는 100원부터 많게는 500원까지 할인을 해 주기도 한다. 굳이 스타벅스에 가지 않아도 여행지에 와서 잠시 근처에 있는 카페를 들릴 때, 개인 컵 할인을 해 주면 돈이 굳어 기분이 좋다.

텀블러를 사용 안 하는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싶다. 꼭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렇게 편한데 왜 안쓰냐고.


2017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하루에 7000만개의 일회용 컵이 사용된다고 한다.[출처] 하루에 한 명당 1.15개 정도의 일회용 컵을 사용하는 셈이다. 코로나 19 이후 일회용품 사용이 늘면서 지금은 더 늘어났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나는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한 이후로 일주일에 두 개 이상 일회용 컵을 쓰는 경우가 거의 없다.

나도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전에는, 집에서조차 설거지가 귀찮다는 이유로 종이컵을 사용하고, 텀블러를 들고 다니지 않아 카페에서도 일회용 컵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런 식으로 쓰면 하루에 2개 정도는 기본으로 쓰니 우리나라에서 하루에 일회용 컵이 7천만개나 사용된다는 것이 이해가 간다.

개인 텀블러 사용은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는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이다. 아니 오히려 개인 텀블러를 들고 다니면 사용하지 않는 것보다 더 편하다. 이렇게 편한데 왜 안 써?


어린 시절 부터 나는 그냥 분리수거가 몸에 배여 있었다. 쓰레기를 제대로 안 버리면 부모님이 잔소리를 했으니까, 그냥 그러다가 그게 습관이 되었다. 어디서나 습관적으로 분리수거를 했고, 쓰레기를 제대로 안 씻고 분리수거 해 두면 분리수거 통에서 냄새가 나서 쓰레기를 씻어서 버렸다.

자취를 시작 한 이후에도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들은 전부 분리수거를 하다보니 10L 종량제 봉투를 다 채우는데도 일주일 이상 걸렸다. 난 그게 당연한 줄 알았고, 다른 사람들도 다 그 정도는 하는 줄 알았다. 

지난 2학기 때 교양 과목에서 자유 주제로 지역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라는 과제를 내 주었는데, 제로 웨이스트에 관심이 많았기에 제로 웨이스트를 주제로 정하고 지역 분리수거 실태 조사를 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나 만큼조차 분리수거를 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없다니. 대부분이 분리수거가 귀찮다고 모든 쓰레기를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린다더라. 특히 자취생일수록 더더욱. 보통 1인 가구 기준 20L 종량제 봉투를 2~3일이면 다 채운다더라. 분리수거장에는 분리수거장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쓰레기가 마구잡이로 버려져 있고, 투명 페트병도 라벨을 떼지 않고 종량제 봉투에 들어가 있거나 일반 유색 플라스틱들과 섞여 버려져 있더라.


알류미늄은 새로 생산하는 것 보다 재활용 하는 것이 더 저렴한 소재 중 하나다. 알류미늄 뿐 만 아니라 금속류 대부분이 그러하다. 그 만큼 금속류는 분리배출이 중요하다. 아이폰이나 맥북에 사용되는 알류미늄은 100% 재활용 된 알류미늄이다.

페트병의 경우에도, 순수한 투명 페트는 옷으로 재활용 할 수 있어 의류 업계에서 인기가 많다. 게다가 요즈음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옷'이라고 하면 마케팅 측면에서도 꽤나 도움이 되기 때문에 투명 페트병은 의류 산업에서 상당히 비싸게 거래된다. 그렇기에 투명 페트병은 반드시 분리배출 해야 한다.

종이는 재활용이 가장 쉬운 소재 중 하나다. 제지사에게도 폐지는 좋은 자원이다.

일반 플라스틱이나 비닐류는 재활용이 어렵기는 하지만, 플라스틱의 원재료가 대부분 석유인 만큼 열병합 발전의 원료로 사용될 수 있다. 물론 EU에서는 열병합 재활용을 재활용으로 인정 해 주지는 않지만, 열병합 발전의 기술이 발전할 수록 열병합 에너지의 효율은 더 높아질 것이다.

결국 정말 이물질이 뭍은 휴지나 기름종이, 구조 상 분리가 어려운 제품, 국물이 스며든 라면 용기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물질은 재활용이 된다. 쓰레기가 아니라 귀한 자원들이다.

그럼에도 특히 캔이나 투명 페트병이 종량제 봉투로 버려지는 광경이 안타까웠다. 저게 다 모이면 얼마나 비싼 자원들인데.


제로 웨이스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아주 없진 않다. 그렇다고 뭐 뻔하고 진부한, 빨때가 눈에 꽂혀 죽은 바다거북 동영상을 보거나, 녹아가는 빙하 위에 서서 죽을 위기에 처한 북극곰 영상을 봐서 그런건 아니다.

'포스트 피크 거대한 역전의 시작: 지구 착취의 정점, 그 이후' 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은 환경 문제가 생각보다 긍정적이라고, 걱정 할 필요가 없다는 그런 내용의 책이다. 물론 환경을 신경을 쓰지 말라는 것은 아니고 개인적인 수준에서 환경을 지키는 행동을 하는 것은 적극 권장했다.

사실 내가 제로 웨이스트를 결심하게 된 것은 환경 문제가 심각하다는 경고 때문이 아니라, 우리 지구가 왜 살만한 지를 설명하는 부분에서였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자원 사용량이 줄어든다는 신기한 통계를 보았다. 경제가 성장하기 시작할 때는 처음에는 경제가 성장하는 만큼 자원 사용량도 늘어나지만, 어느정도 경제가 성장하고 나면 재활용률이 높아져 자원 사용량이 다시 줄어들게 된다는 통계였다. 또 재활용이 증가하는 만큼 탄소 배출량도 줄어들어 저자는 '2050 거주불능 지구' 같은 극단적인 시나리오로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했다.

저자는 이 통계를 근거로 자원 사용량과 환경 오염도 인구 증가와 마찬가지로 어느 순간 정점을 찍고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자원 고갈이라던지 기후 위기라던지 하는 것들은 우리 생각만큼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대신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행위는 적극 권장한다.

나는 이 통계 자료를 보고 제로 웨이스트 생활을 결심했다. 더 이상 환경 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때를 조금 앞당겨 보고 싶다는 작은 생각 때문이었다. 결국 인구가 증가하고 소비가 증가해도 자원 사용량이 더 증가하지 않을 수 있던 비결은 경제와 기술의 발전에 따른 높은 재활용률과 자원 순환 덕분이고, 이를 위해서는 재활용을 열심히 하고 재활용이 불가능한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야 한다.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것을 보는 내 주변 사람들은 나에게 이렇게 말 하기도 한다.

'어차피 재활용을 아무리 열심히 한다 해도, 유튜브 보면 중국이나 인도 같은 나라에서 쓰레기 막 버려서 아무 의미 없지 않냐'라고,

난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가, 극단적인 멜서스주의 환경단체들 때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뻔하디 뻔한 북극금 사진 보여주면서 감정 호소하고, 극단적인 시나리오를 주장하며 '너가 제대로 실천 안 하면 지구는 멸망한다.'는 이른바 협박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만약 '너가 제대로 실천 안 하면 지구가 멸망한다.' 라는 일종의 협박에 제로 웨이스트를 시작했다면, 중국에서 쓰레기를 무작정 버리는 영상을 보거나 분리수거장에 마구잡이로 버려져 있는 쓰레기들을 보았을 때 무력감이 느껴지거나 효용감을 잃어버릴 수도 있었다. '내가 아무리 이렇게 실천해도 환경 문제에 무심한 사람이 더 많다면 어차피 환경은 오염될 텐데 내가 노력하는게 의미가 있나?' 라는 생각이 들 수 있으니 말이다. 나도 예전에는 이렇게 생각하기도 했다. 그래서 제로 웨이스트에도 관심이 없었다.

내가 '포스트 피크'를 읽고 이러한 생각이 바뀐 것은, 이 전망이 생각보다 긍정적이라는 이유였다. 오히려 그 책에서 주장하는 바는 결국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높은 재활용률로 자원 소비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지구의 미래는 생각보다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긍정적인 상황이 더 빨리 오려면, 결국 '나 부터' 실천해야 한다. 내 실천이 비록 작을지라도 제로 웨이스트 실천의 목적이 '지구 멸망을 막기'가 아니라 '긍정적인 미래를 더 빨리 앞당기기'가 된다면, 제로 웨이스트를 하지 않는 사람이 많을지라도 내 행동이 의미가 있어질거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래서 제로 웨이스트를 시작했다.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는 '아직' 환경 문제는 심각하다. 아직은 환경 문제에 조금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아직은 재활용률이 너무 낮다. 물론 재활용 기술이 발전하고 제도가 개선될 수록 환경 문제의 전망은 밝을 것이다.

다만 모두가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환경 문제가 역전될 때는 더 빨리 온다. 바로 이 점이 지금 우리가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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