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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은, 책을 읽고 반박하려고 산 책이다.
나는 환경주의자이면서 그린 워싱에 반대하고, 환경 단체들의 이면을 알고 싫어한다. 오히려 환경을 위해서는 더욱더 많은 개발이 필요하다고 여긴다. 예컨대, 터널을 뚫어 도로를 건설하면 도로가 개통하면서 물류비용이 줄어들고 자동차의 연료 소모도 줄어들어 환경에 더 이득이 되고, 댐을 건설하면 댐을 건설한 후 얻는 수력 발전 에너지의 확보와 경제 개발로 환경에 부담이 더욱 줄어든다고 생각한다.
이전에 제로 웨이스트에 대한 에세이에서도 언급한 바처럼, 지구는 생각보다 더 살기 좋아지는 중이다. 그리고 더 살기 좋아지는 때가 더 빨리 올 수 있도록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멸종주의 맬서스 이론을 싫어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었다. 멸종주의자들이 어떤 생각과 논리를 펼치는지 궁금하기 때문이었다.
글을 시작하기 전에 멜서스 이론이 뭔지부터 짚고 넘어가겠다. 맬서스 이론은 토머스 맬서스가 1798년에 주장한 이론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 그래프를 보면 된다. 인구는 계속해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겠지만, 식량을 포함한 자원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기에 결국 결핍이 발생해 모두가 가난해진다는 이론이다. 맬서스 트랩이라고도 한다.
사실 이 이론이 제시된 지 320년이 넘게 흘렀지만, 오히려 빈곤은 줄어들었고 자원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인구가 증가하는 속도보다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가 더 빨랐기 때문이다. 맬서스 이론은 틀렸다는 것이 이미 증명되었다.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의 저자인 마이클 셸런버거는 현대에 등장한 환경주의는 새롭게 등장한 맬서스주의라고 비판한다. 멸종주의자들이 맬서스 이론은 이미 틀린 것이 증명된 이상, 자원 부족이 아닌 환경 문제를 걸고넘어지면서 또 한 번 멸종 이론을 펼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한다. 나 또한 이 주장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시작부터 맬서스 이론을 전제조건으로 한다. 그냥 책의 1부에서부터 "인류는 '맬서스 트랩'이라는 불변의 법칙을 극복하지 못했다."라고 못을 박았다.
이미 틀린 것이 증명된 맬서스 이론 말고 다른 이론으로 책 내용을 펼칠 줄 알았고, 어느 정도 책을 비판적으로 읽되 납득이 되는 주장은 수용할 생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1부를 읽지 마자 이 책의 신뢰는 깨져버렸다. 그리고 이 책에서 얼마나 허무맹랑한 소리들을 하는지 책을 쭉 읽기 시작했다.
2부 11장을 읽었을 때는 어이없기 그지없었다.
일단 '포스트 피크'를 이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읽어서 자원이 갈수록 부족해진다는 말 자체를 더 이상 믿지도 않지만, 사실 그 전부터도 자원이 고갈될 가능성은 적다고 생각했을뿐더러, 이 책을 읽기 전에 다른 책을 읽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 부분의 내용은 허무맹랑하기 짝이 없다.
11장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러하다.
지구 온난화 -> 더워짐 -> 더워서 짜증이 쉽게 남 -> 가정폭력 증가 -> 강력범죄 증가 -> 아포칼립스
지구 온난화 -> 기후 변화로 자원이 부족해짐 -> 더워서 정치 지도자들도 짜증이 쉽게 남 -> 자원 확보를 위한 전쟁 발발 -> 아포칼립스
정말이지, 이 논리가 적용되려면 기후가 더운 지역일수록 범죄 건수가 많고, 우리나라에서는 겨울보다 여름에, 특히 폭염 주의보가 내린 날에 범죄가 더 자주 발생한다는 통계라도 있어야 하지 않는가? 이 부분은 도무지 이해가 안가 일단 각주를 살펴보았다. 열기가 강력 범죄율을 높인다는 점은 "Relationship between season of birth, temperature, and Later life well-being"라는 논문을 근거로 하고, 더울수록 욕설의 빈도가 증가한다는 점은 "ozone, particulate matter, and newly-diagnosed alzheimer's disease"라는 논문을 근거로 한다.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출생 계절, 온도, 그리고 노년과 웰빙과의 관계", "오존, 미립자 물질(초미세먼지) 및 새로 진단된 알츠하이머병"이라는 제목이다. 논문을 읽으려면 금액을 지불해야 해서 해당 논문을 읽지는 못했지만, 논문 소개글을 읽어 보면 "Relationship between season of birth, temperature, and Later life well-being" 논문 같은 경우는 태아 때와 유아기에 서로 다른 온도에 노출된 시간을 계산하고 임신 때 온도가 32도 이상인 경우 출생 후 30년 뒤 연간 수입이 0.1% 감소한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적혀 있다. 사실 이 정도 차이는 표본 선정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오차 범위 내이고 상관관계를 파악하기도 어렵다. "ozone, particulate matter, and newly-diagnosed alzheimer's disease"에서는 논문의 어느 부분에서 온도가 높을수록 욕설이 증가한다는 내용이 있는지 조차 모르겠다. 논문 소개에서는 오존과 초미세먼지로 인한 알츠하이머의 증가에 대해 연구한 논문이라고 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통계는 어떨지 찾아보려 했는데, 보건복지부 사이트와 통계청을 들어가도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연 단위로만 조회가 가능했고, 분기나 월 단위 조회는 불가능했다. 그래도 월 단위 통계를 집계하는 곳이 있을지 계속 검색을 해 본 결과, 자료를 하나 찾았다.
결국 아무리 검색을 해도 내가 원하는 1월부터 12월까지를 조사한 통계 자료는 찾을 수 없었지만, 상대적으로 기온이 높은 3월이 1월보다 가정폭력 발생 건수가 증가했다는 유의미한 차이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결국 이 저서의 11장의 내용은 허무맹랑한 소리이다. (혹시나 월별 또는 분기별 아동학대 또는 가정폭력 발생 통계가 있으시다면 덧글 부탁드립니다.)
아니 애초에, 불쾌지수가 올라가는 건 온도뿐만 아니라 습도도 함께 올라가야 하고, 우리나라처럼 여름이 고온 다습한 기후를 가진 나라는 그리 많지도 않다. 그런데 평균 기온이 올라갈수록 전 세계에서 강력 범죄와 전쟁이 증가할 것이라는 논리는 정말 말도 안 된다.
3부 2장에서는 자본주의가 환경 파괴를 가속해왔다고 주장한다.(이 주장에는 어느 정도는 동의한다.) 그러면서 결국 환경 파괴로 농산물 생산량도 감소할 것이고 인류 전체에 위기가 올 것이라면서 2003년부터 2011년까지(왜 이때를 기후재난 발생 후라고 기준을 잡는지도 이해가 가지는 않는다.)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이 농산물 수출은 감소한 반면 수입은 엄청나게 증가했다면서 식량 생산 위기의 증거로 제시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 원인으로 아시아 지역이나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지역에서 발생한 허리케인이나 태풍 등 열대폭풍으로 인한 일시적이고 국지적인 식품 생산량 감소 사례들을 들며 마치 폭풍으로 인한 식품 생산량 감소가 전 지구적 현상인 것 마냥 언급한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식량 생산량은 줄어든 적이 없다. 1년 단위로 볼 때는 일시적으로 줄어들 때는 있더라도 지금까지 식량 생산량은 인구의 증가함에 따라 식량 소비량과 함께 꾸준히 증가해왔다.
그러면 왜 책에서 제시된 그래프에서는 식량 생산량이 줄어든 것으로 보이는걸까? 바로 앵글로 아메리카(북아메리카) 지역을 교묘하게 빼놓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넓은 영토와 기계를 사용한 경작을 바탕으로 농산물 생산량을 어마어마하게 증가시켜왔다. 그리고 이들 식량은 도시화와 산업화로 21세기 이후 인구가 폭증한 아시아 대륙으로 많이 수출되었다. 당장 우리나라에서도 한미 FTA로 관세가 계속해서 감소하면서 이제는 마트에 가면 캘리포니아 쌀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다.
아시아는 통계에서 제시한 2003년부터 2011년 사이에 인구가 엄청나게 증가함과 함께 도시화도 가장 많이 진행된 대륙이다.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식량 소비량도 많아지니 식량 수입의 증가는 당연하다. 그리고 인구가 증가하면서 수출해왔던 농산물도 자국에서 소비하면서 수출량도 줄어드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다. 이를 '기후재난 발생 후 상당 지역에서 농산물 수출의 감소와 수입의 증가가 나타났다.'라면서 마치 기후 변화 때문에 식량 생산량이 감소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은 곤란하다.
이 책은 '지금 우리가 행동하지 않으면 이런 위기가 오기 때문에 당장 우리부터 노력해야 한다.'라는 환경주의 삶을 실천하라는 메시지를 담은 책도 아니다. 그냥 이미 인류는 종말로 치닫고 있고, 전 세계가 동시에 변화하는 것이 아닌 한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조차 종말을 막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그냥 인류의 미래는 이미 매우 암울하다고 현실을 받아들이라는 말이다.
하다하다 적어도 그린피스 같은 환경단체들처럼 개인의 실천이라도 독려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일상에서 지구를 지키기 위한 실천을 해도 의미가 없을 정도로 환경 위기는 심각하다? 딱 내가 이전에 제로 웨이스트에 대한 글(https://blog.sunwoos.pe.kr/61)에서 언급한 것 같은, 이 책의 내용을 전부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면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조차 떨어뜨릴 내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부 6장에서는 이러한 허무주의에 의한 종말론이 문명의 기반을 갉아먹을 수 있다고 비판한다. 그런데 이 허무주의를 조장하는 내용이 이 책의 주 내용 아닌가?
저자는 멸종론을 비판하면서 맥퍼슨의 웹사이트를 사례로 든다. "맥퍼슨의 웹사이트 '네이츠 배츠 라스트'의 요약 페이지만 하더라도 68페이지에 달하며 단락마다 하이퍼링크가 가득하지만, 이들 하이퍼링크 대부분은 중요 연구를 오도하는 식으로 설명하는 경우도 있고 객관성과 신뢰성이 떨어지는 블로그 글을 과학적인 출처처럼 링크로 걸어 둔 경우도 있다."라고 비판한다. 그런데, 정작 이 책도 똑같은 내용이다. 당장 내가 위에서 크게 언급한 더위로 인한 전쟁과 범죄 증가나, 식량 생산량이 기후 재난 때문에 감소했다는 내용도 신뢰성이 없는 블로그 글을 출처로 인용한 정도는 아니더라도 연관성 없는 논문을 출처로 들거나 통계를 교묘하게 왜곡하는 등 결국 사용된 근거만 다를 뿐 이 책도 똑같이 '문명의 기반을 갉아먹는 종말론'을 주장하는 책이다. 마치 이 책은 다른 멸종론과는 다른 것 마냥 정당화하고 있다.
그러면서 제시하는 해결책은 너무 허무맹랑하다. 일단 10년동안 탄소 배출량을 1년에 30%씩 줄여야 한다. 개인적 수준에서는 달성하기 불가능한 것이다. 탄소세를 도입하고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에너지를 몰아내도록 정치적 기구를 활용하라고 한다. 새로운 농경 방식을 적용하거나 탄소포집 기술에 투자를 하란다. 결국 개인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탄소세를 도입하려는 정당에 투표를 하라는 것이다. 아니면 환경주의 시민단체에 가입해 시위에 나서던지.
물론 이 책에서 어느정도 동의하는 부분은 있다. 자본주의가 기후 변화를 가속화시켰다는 점이나, 탈원전과 청정 에너지라는 허울 좋은 말로 오히려 대기 중에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화석 에너지 때문에 후쿠시마와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 때보다 훨신 더 많은 사람이 대기오염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은 말이다.
그런데 더 모순적인건 그 태양광이나 풍력 에너지를 도입하려고 한 것은 민주당이다. 탄소세를 주장한 것도 민주당이다. (저자가 말한 것은 미국 민주당이겠지만 우리나라 더불어민주당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심지어 더불어민주당은 탈원전이 핵심 정책중 하나다.) 저자의 말대로라면 이번 대선에서도 누구에게 투표해야 하는가? 탄소세를 적극 주장하는 녹색당에서 대통령 후보를 낸다면 그 정당에 투표해야 할까? 아니 애초에 그런 식의 투표가 어떻게 환경을 지키는 일인가?
자본주의는 과거에는 기후 변화를 가속화했지만, 오히려 지금은 자본주의 덕분에 많은 기업들이 환경주의를 실천하고 있다. 바로 기업을 평가할 때 ESG(환경, 사회, 기업 지배구조)가 크게 반영되기 때문이다. ESG 점수가 높아야만 많은 투자를 받을 수 있어 오늘날 많은 기업들은 환경 보호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애플이 대표적이다.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면 적어도 아직은 소재를 새로 생산하는 것 보다 비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윤을 포기하고 값싼 소재를 생산하는 대신 값비싼 재활용 소재를 사용해 환경 보호에 기여한다. 그리고 그에 따른 ESG 점수 상승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더 크다.
ESG는 이제 대세가 되었고, 애플 뿐만 아니라 HP, 삼성, SK, 스타벅스 등 다양한 기업들이 ESG 경영을 추구하고 있다. 과거에는 자본주의가 환경 파괴를 가속화했지만, 이제는 자본주의 덕분에 투자 유치를 위해 많은 기업들이 환경 보호를 실천하게 되었다.
이 책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기후 위기는 이미 너무나도 심각하며 막을 방법은 거의 없다. 그나마 기후 재난을 어느정도 극복하는 방법은 개인의 실천으로는 어림도 없고 정부 정책이나 다국적 기업들이 변화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긍정적인 시나리오조차 처참하다.'
뭐 이게 이 책에서 기후 위기를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이유가 확증 편향 때문이라고도 하니, 내가 이 책의 내용을 나의 확증 편향 때문에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해도 맞다.
근데 이 책의 내용을 받아들였다고 해서, 뭔가 그러면 생각이나 행동에라도 변화가 있을 수 있으면 모를까, 책의 내용을 받아들이게 된다면 멸종을 체념하는 거 말고는 별다른 변화가 있을 수가 없다. 책에서 제시하는 해결 방안도 결국 개인적 수준에서의 실천으로는 불가능한 것이니 그러면 결국 저자가 비판한 멸종론과 똑같다.
내가 이전에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한다는 글(https://blog.sunwoos.pe.kr/61)에서, 오히려 이런 멸종주의 환경단체들 때문에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려던 사람 조차 효용감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비판했다. 딱 이 책 내용이 그렇다. 이 책의 내용대로라면 지금 내가 이렇게 열심히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것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행동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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